피겨 스케이팅 음악에 관한 심도있는 고찰
김연아에 대한 광적인 관심과 기대감이 이제 내일로 절정을 이루게 될 듯 하다
쇼트 프로그램을 세계신기록으로 마무리한 그녀의 능력과 열정은
퀸으로써의 위치를 충분히 실감케 해주었다
쇼트 프로그램 내내 그녀의 뛰어난 기술과 연기력은 너무도 훌륭했고
그녀의 무대를 지배한 음악 또한 굉장히 감각적이고 센스로 가득찬 것이었다
007 메들리라는 신선한 음악과 절묘한 연기의 앙상블이란
세계 신기록을 작성하는데 크게 일조한 듯 보인다
아사다 마오가 선택한 가면무도회 또한 우아함을 강조한 듯
여러가지 스킬들과 적절히 잘 어울렸다고 생각된다 (물론 드레스도)
쇼트 프로그램에 출전한 모든 선수의 음악들을 면면히 살펴보면
생각보다 꽤나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택한 듯 보인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쇼트프로그램 전 선수의 음악들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순위별로)
1위 KIM Yu-Na - Music:James Bond Medley
2위 ASADA Mao - Music:Waltz Masquerade by A. Katchaturian
3위 ROCHETTE Joannie - Music:La Cumparsita
4위 ANDO Miki - Music:Requiem by Mozart, Arr. by A. Goldsten
5위 FLATT Rachael - Music:Sing Sing Sing by L. Prima
6위 NAGASU Mirai - Music:Pirates of the Caribbean,Fragile Dreams
7위 KOSTNER Carolina - Music:Nocturne No. 20, Violin Concerto
8위 LEONOVA Alena - Music:Barynia (Russian Folk music)
9위 GEDEVANISHVILI Elene - Music:Fever by Davenport
10위 LEPISTO Laura - Music:Imagined Oceans by K. Jenkins
11위 SUZUKI Akiko - Music:Andalucia, Fire Dance by B. Whelan
12위 MAKAROVA Ksenia - Music:Ladies in Lavender by N. Hess
13위 SEBESTYEN Julia - Music:Song from a Secret Garden,Libertango
14위 PHANEUF Cynthia - Music:Nocturne by C. Debussy
15위 MEIER Sarah - Music:Samba, Brazilliance by S. Stevens
16위 KWAK Min-Jung - Music:Murder on the Oriental Express
17위 KORPI Kiira - Music:Caravan by I. Kawai
18위 LEE Cheltzie - Music:Feeling Good - Tribute to M. Buble
19위 LIU Yan - Music:The Impossible Dream
20위 GLEBOVA Elena - Music:East of Eden by L. Holdridge
21위 KARADEMIR Tugba - Music:Bazaar Istanbul
22위 LAFUENTE Sonia - Music:Libertango by A. Piazzolla
23위 HECKEN Sarah - Music:Romeo and Juliet
24위 GIMAZETDINOVA Anastasia - Music:Standing the Storm by W. Joseph
25위 PIEMAN Isabelle - Music:Take Five by C. Parker
26위 ZIEGLER Miriam - Music:Farewell by Apocalyptica
27위 POSTIC Teodora - Music:Coeur a Cordes by P. Porte
28위 REITMAYEROVA Ivana - Music:The Memories of a Lover
29위 McCORKELL Jenna - Music:Dance of the Death
30위 JURKIEWICZ Anna - Music:Dark Eyes
물론 어떤 음악을 선택하냐와 순위와의 연관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음악이 차지하는 결정적인 역할은 당연히 예술적인 연기를 보다 극대화 시켜주는 요소일 뿐이다
다만 사용된 음악을 자세히 살펴보면 꽤나 재밌는 구석들이 보인다
일반적으로 피겨 스케이팅 음악의 주류는 클래식이었다
아사다 마오가 준비한 아람 하차투리안의 가면무도회나
안도 미키의 모짜르트의 레퀴엠 등이 보기 좋은 사례다
그 밖에도 대다수의 선수들이 전통적으로 클래식을 기반으로 한 고전적인 음악들로 프로그램을 연출해왔다
그러나 시대를 거듭할 수록 표현력이 다양해지고
보다 개성있고 독특한 프로그램을 연출하기 위해 클래식과 같은 보수적인 장르를 벗어나
재즈, 영화음악, 뉴에이지까지 다양하게 채택되어 왔다
이색적인 것만 몇 가지 논하자면...
26위를 기록한 지글러 선수의 선곡은 굉장히 충격적이다
Apocalyptica의 Farewell는 아름다운이 미덕이라고만 여겨졌던 피겨음악과는 대치되는 장르의 것이다
비록 클래식컬한 분위기가 있다손치더라도 다분히 가라앉은 느낌의 것이라 상식을 깨는 음악이라 보여진다
Apocalyptica는 첼리스트 4명으로 결성된 그룹으로 국내에는 메탈리카 음악을 재편곡하여 음반을 내서
주목받았었다
25위의 피에만 선수는 데이브 브루벡의 Take Five가 아닌 찰리파커의 그것을 배경음악으로 깔았다
보다 소프트하고 친숙한 브루벡보다 무게감 있고 다분히 흑빛에 가까운 찰리 파커의 연주가 사용된 것은
개인적으로는 패착이 아니었나 싶다 (개인적인 취향은 찰리 파커에 가깝지만)
얼짱 피겨 스케이팅 선수로 각광받는 핀란드의 코르피 선수(17위)도 이색적이다
이쿠코 카와이라는 일본 바이올린 연주자의 카라반으로 구성했다
정통 클래식이 아닌 뉴에이지에 가까운 곡으로 동양적인 정서가 깊게 녹아든 음악이라 서양선수가
선정하기엔 나름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영상은 저작권 문제로 같은 시즌 다른 대회 영상을 올렸다)
16위를 차지한 대한민국의 곽민정 선수의 음악도
최근의 트렌드 답게 영화음악을 사용했다
오리엔트 특급 열차 살인사건의 사운드트랙을 사용하여 드라마적 구성력을 더욱 높혀주었다
이 밖에도 시크릿 가든이나 피아졸라와 같은 뉴에이지 혹은 탱고같은 색다른 장르들이
곳곳에서 눈에 띤다 (캐러비안의 해적과 같은 곡도 있군... 한스짐머의 웅장함이 돋보인다)
이렇듯 다양한 장르로의 접근은 아마도
극적인 요소와 서정적인 분위기를 보다 친숙한 장르에서 찾아내
보다 쉽게 어필할 수 있고 프로그램 표현의 다양성을 노리기에 나름 적절한 묘수가 아니었나 싶다
그런면에서 김연아의 007메들리는
그리고 엔딩에서의 권총 액션은 심장을 관통하는 듯한 절묘함의 극치였고
전체적인 구성력 또한 본드걸로써의 도발과 매력이 한껏 발휘되지 않았나 싶다
※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 아이스 댄싱 종목과 같은 경우는 린킨 파크나 메탈리카 같은 Rock음악들도 사용되었다
피겨는 가사가 있는 음악을 쓸 수 없다는 제약이 있어서 불가능하지만
아이스 댄싱같은 경우는 3번의 경기중 마지막 프리 댄스에서의 음악은 그 장르가 매우 자유로운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