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스 리그 역대 최고의 경기

2011. 3. 31. 14:50Sports

모든 스포츠가 그러하듯 드라마틱한 명승부라는 것이 있습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그리고 그 흥분으로 며칠간이 행복했던 순간들

어제 포스팅에 이어 오늘은 챔피언스 리그 역대 최고의 경기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이른바 명승부전)
물론 주관적 견해이기도 하지만~

영상자료 구하기가 힘든 옛날 자료는 가급적 제외하고
근래의 3경기만 작성합니다

1998/1999 UEFA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누 캄프) 맨유 vs 뮌헨
(다음 TV팟에서 저작권자의 권리보호로 비공개 시키는군요~ 유투브도 퍼오기가 안돼 링크합니다)



흔히들 누 캄프의 기적이라고들 하죠
맨유와 뮌헨의 결승전~!!! 영국과 독일을 대표하는 클럽팀의 대결이자
퍼거슨 vs 히츠펠트라는 명장들의 대결이기도 했죠
아마도 역대 챔피언스 리그 전 경기를 통해서도 가장 드라마틱한 경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선제골은 뮌헨의 것이었습니다
전반 6분만에 터져버린 마리오 바슬러의 프리킥 골
그 골을 끝으로 양 팀은 거의 90분 내내 박빙의 승부를 펼치게 되죠
강력한 팀들의 대결인만큼 1:0이라는 살얼음판의 스코어는 손에 땀을 쥐게 했습니다
그리고 약속된 90분이 넘고 3분의 인저리 타임이 허용된 마지막 순간
맨유의 골키퍼인 슈마이켈까지 공격에 가담할 정도로 절박했던 맨유는
코너킥 기회를 잡습니다~ 당시만해도 이쁘장한 외모였던 베컴이 코너킥을 올리게 되고
그 볼이 테디 셰링엄의 발 끝에 걸리며 극적인 동점골을 만들게 됩니다
(테디 셰링엄 : 맨유의 영웅 칸토나 대체자로 낙점을 받은 선수 1997년에 입단, 그 전팀인 토트넘의 전설)

누 캄프의 기적이 완성되는 두 번째의 골은 첫 번째 골과 마찬가지로 베컴으로부터 출발합니다
베컴의 코너킥 그리고 테디 셰링엄의 헤딩.. 그리고 떨어지는 볼이 솔샤르의 발에 걸리고
2:1 그야말로 기적이라는 이름이 걸맞는 극적인 상황이 연출되었죠~

당시를 회상하는 히츠펠트는 후반에 마테우스를 교체한 것을
가장 후회하는 일로 꼽는다는군요

그 해 맨유는 아약스, 셀틱, PSV에 이어 4번째 트레블을 달성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맨유의 엄청난 성과는 사실 퍼거슨의 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유소년 축구 시스템으로 성장했던 게리 네빌, 라이언 긱스, 베컴 등 '퍼거슨의 아이들'이
중추적 역할을 해냈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그 해 트레블을 달성하고 퍼거슨은 영국 왕실로부터 sir칭호를 수여받게 되죠
아마도 맨유를 사랑하는 분들은 이 당시의 기억들로 흐뭇한 미소를 띄우실 겁니다


2003/2004 UEFA 챔피언스 리그 8강 2차전 (리아소르) Deportivo VS AC Milan
(다음 TV팟에서 저작권자의 권리보호로 비공개 시키는군요~ 유투브도 퍼오기가 안돼 링크합니다)



아마도 데포르티보에게 있어서 챔피언스 리그 최고의 성적이 아니었나 싶네요
이 경기를 승리함으로써 팀 최초로 4강에 진출했으니까요
사실 프리메라리가에서도 단 한 차례의 우승 기록만을 가지고 있는 팀입니다

본 8강전 2차전은 사실 경기의 드라마틱한 내용보단 1차전 결과에 따른 극적인 결과가 더 주목을 받았죠
당시 1차전을 AC Milan의 홈인 사시로에서 1:4로 완패를 당한 상황이기에
객관적 전력에서나 1차전의 스코어를 봐서라도 데포르티보의 탈락은 너무도 당연히 예견된 상황이었습니다
4강에 진출하려면 2차전을 무조건 3:0 이상으로 (원정 다득점을 고려하면 실점은 최소) 승리해야하는데
당시 AC Milan은 카푸, 말디니, 네스타 등 최상의 수비진을 보유하고 있었던 상황입니다
뿐 만 아니라 공격진은 정말 어마어마했죠 (게다가 디펜딩 챔피언이었습니다)
가투소를 비롯하여 피를로, 시도르프, 막강의 카카, 인자기 그리고 폭퐁 포워드 셰브첸코 까지 있었으니...

그러나 홈경기의 이점은 언제나 승부를 예측할 수 없게 만드나 봅니다~
트리스탄과 마카이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판디아니의 선제골~ 이를 기점으로
폭풍과도 같은 데포르티보의 공세는 그야말로 우리가 알고 있던 중소클럽 수준의 데포르티보를
한층 격상시켰던 장면이었죠
데포르티보 키플레이어 발레론의 두 번째 골과 루케의 세 번째 골 모두 전반전에서 나왔습니다
4강 진출 커트라인에는 일찍 안착한 셈이죠~ 3:0
(그 때까지만 해도 1,2차전 합계 4:4였지만 원정 다득점 원칙으로 데포르티보의 승리였습니다)

하지만 매끄럽지 못한 승리~!!!
결국엔 데포르티보의 캡틴 프란이 AC Milan을 완벽하게 잠재우는 쐐기골을 터트리면서
당당히 4강에 진출하게 됩니다

사실 데포르티보는 스페인의 중상 정도 수준의 팀으로 알려져 있지만
당시의 라인업과 짜임새를 보면 많은 부분에서 과소평가 되었던 팀이기도 했습니다
2000년 사상 첫 라 리가 우승을 이끈 명장 하비에르 이루레타는 뛰어난 용병술과 혁신적인 기술로
데포르티보의 위용을 한 껏 뽐내주었죠 (2000 시즌때 바르샤와 레알을 상대로 전승을 했다죠)
마법사 감독 이외에도 세계 최고의 오른쪽 수비수로 평가받았던 마누엘 파블로
94미국 월드컵 우승 주역이었던 브라질 출신 마우로 실바
스페인 국대이자 데포르티보의 핵인 발레론~
면면을 보자면 결코 무시할만한 팀은 아니었던거였죠~

여하튼 데포르티보는 파울레타, 마카이, 트리스탄과 같은 걸출한 스타 플레이어도 배출해냈던
대중이 모르는 명문팀이었는지도 모릅니다
(16강에서 유벤투스를 이기고 8강에서 밀란을 이기고 오른 4강전... 안타깝게도 그 해 우승팀인 포르투에게
덜미를 잡히고 맙니다~ 생각해보면 그 해 만큼 이변이 많았던 시즌도 없었네요... 결승에 오른팀 모두가 이변의 주인공이었으니까요)

- AS 모나코 : 준우승, 8강에서 레알에게 승리, 4강에서 첼시에게 승리
- 포르투 : 우승, 16강에서 맨유에게 승리 (당시 사령탑인 무리뉴는 첼시 감독으로 부임하게 됨)


2004/2005 UEFA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이스탄불) AC밀란 vs 리버풀
(다음 TV팟에서 저작권자의 권리보호로 비공개 시키는군요~ 유투브도 퍼오기가 안돼 링크합니다)



비교적 최근의 경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캡틴 제라드의 리버풀과 챔피언스 리그의 영원한 우승후보 밀란과의 대결
(사실 밀란은 챔피언스 리그의 우승도 많았지만 굴욕도 만만치않군요)

리버풀은 전반 1분만에 밀란의 말디니에게 선취골을 내줍니다~ 지나치게 이른 시간이었죠
그건 서막에 불과했습니다~ 밀란의 스트라이커인 크레스포에게 전반 39, 44분 연속 두 골을 허용하게 됩니다
결승전 경기고 박빙의 승부라고 생각했을 때 3:0이라는 스코어는
사실 돌이키기에는 너무 멀리 가버린 시간이었죠
게다가 카테나치오 (빗장수비)의 명인들인 밀란의 수비수들에게는 3점은 큰 보험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전년도의 굴욕(데포르티보에게 패해 4강 진출 좌절)을 생각한다면
결코 방심할 수 없는 아니 방심해서는 안되는 스코어이기도 하죠

전반 종료... 리버풀의 선수들은 각기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었을까요
라커룸에서 당시 감독인 베니테즈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고개를 떨구지 마라... 우리는 리버풀이고, 너희는 리버풀을 위해 뛰는 것이다
... 서포터들을 위해 고개를 들어야한다는 것을 잊지 마라.
... 우리가 할 수 있다고 믿으면, 우리는 반드시 해낸다.
영웅이 될 기회를 잡아라'

세계 많은 클럽팀들은 저마다 서포터들이 있지만 리버풀의 서포터 (KOP)만큼 유명한 사례도 흔치 않을 겁니다
KOP의 영원한 무한 애정~ 팀이 쓰러져가더라도 끊임없는 찬사와 애정이
아마도 지금의 리버풀을 만든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후반전 시작~
기적의 서막은 캡틴이 해냅니다~ 제라드의 멋진 헤딩골
그리고 연이은 스미체르의 중거리 슛
마지막은 알론소의 패널티킥

결국엔 3:3으로 승부는 원점~
연장전으로 돌입하게 된 양팀은 그야말로 혼신의 힘을 다하죠
사실 연장전때 밀란의 세브첸코가 결정적 찬스를 살렸다면... 밀란의 우승이었을텐데
두덱의 선방이 정말이지 리버풀을 살렸었죠...
그런데 문제는 이 장면이 승부차기에서 다시 연출된다는 것입니다

연장전 마저 승부를 내지 못한 채 돌입한 승부차기는
두덱의 원맨쇼였습니다~
세르징요의 실축과 피를로의 공을 선방하고
마지막에 세브첸코의 킥을 ~~~ 다시 한 번 막아내며
리버풀의 우승을 만들어냈죠~ 이스탄불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그 피날레를
멋지게 그려냈습니다

그리고 리버풀은 레알 마드리드와 AC밀란에 이어 우승컵 영구보관이라는 영광도 함께 누리게 됩니다
(5회 우승국은 컵을 영구보관할 수 있고 다음 시즌부터는 새로 제작된 트로피로 리그를 치룹니다)

흥미로운 것은
리버풀과 밀란이 정확히 2년뒤 다시 결승에서 만났는데 이 때는 2:1로 밀란이 복수극을 펼치게 됩니다



정리하고 나니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이 보입니다~
기적 혹은 영광의 주인공들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굴욕의 주인공도 있기 마련인데
위에 언급한 굴욕의 AC밀란 감독이 현재 첼시의 감독인 안첼로티 였던 것이죠

안첼로티에 대해 간단히 정리하자면 이미 선수생활을 AC밀란에서 했었고
밀란 최고의 전성기인 밀란제네레이션의 큰 축이었죠
리그 무패우승을 일궜던 장본인이기도 하고 58경기 무패라는 기록도 달성했었습니다

유벤투스와 밀란 그리고 현재의 첼시까지 사령탑으로써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며
각 종 리그와 컵대회를 다수 우승시킨 명장이죠

위에 언급한 두 번의 굴욕 말고도 1998/1999 시즌 당시
유벤투스의 사령탑이었던 안첼로티는 4강전 2차전때 맨유를 상대로 2:0으로 이기고 있다가
2:0으로 역전패해 결승진출에 좌절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AC밀란을 챔피언스 리그 6년간 무려 4차례나 결승에 올려놓았고
2002/2003, 2006/2007 두 번의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이끌었던 명장입니다

챔피언스 리그 우승에 목마른 첼시의 부름으로 자리를 옮긴 상황
올 시즌 8강에 오른 첼시가 주목되는 건 오랜 팬이기도 하지만
안첼로티 축구의 묘미를 다시금 느껴보고 싶기도 해서겠죠

축구는 재밌습니다
그 중에서도 챔피언스 리그가 제일 재밌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 이변과 명승부가 있어 더욱 재밌습니다
8강부터는 밤을 지새워야겠군요~ 으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