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늦은 '나는 가수다' 감상평

2011. 3. 29. 17:17Media




수많은 우여곡절속에 '나는 가수다'가 잠정적 폐지를 했네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프로그램... 가열찬 런칭부터 나름 안정적으로 정돈된 마무리.
음악을 아끼고 사랑하는 이로써 그간의 방송에 관한 짧은 의견을 남겨봅니다

○ 프로그램
MBC의 최근 행보를 주목해보자면 (특히 예능) 특이한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복고주의 정도라고 할까요?
프로그램의 형식이나 표현이 복고적인 것이 아닌 소재의 발굴을 과거에서 찾는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겠네요
'놀러와'에서 보여준 세시봉 열풍이라던지, '추억이 빛나는 밤에' 등과 같이
시대를 풍미했던 인물들을 재조명해보는 프로그램들이 많아졌다는 것이죠
그런 맥락에서 볼 때 '나는 가수다'는 분명 같은 궤적을 가지고 있다고 보여졌습니다
여타 방송사에서 아이돌 일색인데 반해 뭔가 다른 길을 가려고 노력했던거죠
'나는 가수다'는 분명 환영받을만한 썩 괜찮은 기획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슈퍼스타k'로 불이 붙은 가수 경쟁 시스템을 기성 가수들에게 적용하여 그들을 재발견 해보는 취지는
태생적 요소들을 다 떠나서 뭔가 그럴듯한 분위기를 연출했으니까요

다만 논란의 여지가 있었던 서바이벌 시스템이 과연 어떤 의미였을까 입니다
가수의 가창력을 제한된 인원의 가치 판단으로 결정하는 것도 다소 무리가 있어보였지만
개인적 취향이라는 주관적 잣대로 7명을 도마위에 올려놓는 기분도 없지는 않았으니까요
이미 일가를 이룬 가수들에게 탈락이라는 것은 자칫 공든 탑을 무너뜨리는
혹은 자존심의 문제가 됐을 수도 있었을텐데... 조금은 더 조심스럽게
탈락하는 이에게 줄 수 있는 명분을 충분히 프로그램에 녹여놨더라면 김건모의 탈락으로 시작된
서바이벌 논쟁은 이렇게까지 크지는 않았으리라 생각됩니다
(마지막 방송에서 표현될 것들이 미리 사전 배치됐으면 어땠을까요)

김건모의 탈락, 재도전의 기회, 그리고 담당피디의 교체
일련의 과정이 무척이나 당혹스럽고 MBC답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재도전에 대한 논란을 떠나
김영희PD의 교체는 뭔가 쇼를 한다는 기분이랄까요
그것이 정말 최선이었을까라는 반문을 던지게 되더군요
뭔가 MBC의 오바스러운 모습이 보입니다... 
'나는 가수다'를 응원하는 입장에서는 오히려 내실을 다지는 충전의 시간이 필요했으면 했지
장관이 사퇴하듯 책임의식을 피력하는건 조금은 과도한 퍼포먼스같은 느낌이기에
거북하기도 했었습니다
반대로 이것이 노이즈 마케팅의 일환이었다면 목적은 다한 셈이긴 하겠죠
뭔가 정리가 안되네요~ 여튼 재런칭이 기다려지는건 사실입니다
이렇게 감동을 받으면서 지켜봤던 프로그램은 없었으니까요

○ 이소라의 재발견? 혹은 그 진심


무척 반가운 인물이었죠
K본부 '이소라의 프로포즈' 이후로 브라운관에서는 처음 보는 듯 했습니다 (정확히는 모르겠네요)
'나는 가수다'의 첫 무대... 이소라의 열창
<바람이 분다>는 그야말로 전율이었습니다... 방청객 리액션에서도 보듯이
아마 집에서 시청하는 사람들도 적잖게 눈물을 훔쳤을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저도 짜릿했으니까요)
워낙에 충출한 곡이기도 했지만 가사의 공감대 형성과 이소라의 호소력이
절묘하게 매칭되서 근래 보기드문 무대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MC로써 프로그램을 이끄는 과정속에 몇몇 흡잡힐 곳이 보이기도 했었죠
그리고 공인으로써 잘 보이지 않았던 성격 혹은 사생활도 곳곳에서 보여 흥미롭기까지 했습니다
왠만한 일로는 집을 나서지도 않으며 온라인 게임에 열중하는 모습은 의외로 친숙해보이기도 했고요
(이부분에서 저는 혹시 은둔형 외톨이는 아닐까라는 의심도 사실 했었습니다)

김건모의 탈락과 함께 이소라의 돌발적 행동, 그 전에 중간점검 이탈 등
공인으로써는 상상하기 힘든 그녀의 상식을 넘어서는 모습들은 굉장히 의외였습니다
그건 자질의 논란을 떠나 지극히 개인적 정서로 프로그램을 대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신선하기까지 했습니다~ 전 좋았습니다 그런 굴곡의 과정이 있어야만 프로그램은 더 활기차게 마련이니까요
개인적 의사를 뚜렷히 하는 그녀의 용기가 전 충분히 좋았습니다
(어쩌면 프로그램의 큰 변화가 그녀에게서 출발했다고 보여지기도 합니다
담당PD가 무척이나 곤욕스러웠겠죠)
늘 정돈되고 짜여진 이야기보다 때론 좌충우돌의 상황들도 충분히 프로그램에서 빛을 보기도 합니다
그녀의 행동이 거부감보다는 더 흡족한 마음으로 와닿았던 것은
그저 떼를 쓰거나 징징거리는 것이 아닌 나름대로의 명분과 주장이 있었기 때문이겠죠

박정현의 <나의 하루>를 재해석한 그녀의 마지막 무대는 솔직히 조금 실망스럽긴 했습니다
뭔가 겉도는 기분이랄까요 아마도 추측컨데 조금은 쉽게 접근한건 아닌가 싶네요
내공있는 그녀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기보단 프로그램의 마무리에 더 신경을 쓴 건 아닌가 싶습니다

○ 김건모는 진정 국민가수인가



국민가수~ 그렇습니다 김건모는 몇 안되는 국민가수 중 하나라고 확신합니다
가창력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그가 이룬 음악계의 큰 획은
손에 꼽힐만한 것들이었죠
그런 그가 왜 이런 시련을 당해야할까요... 탈락의 굴욕이 아닌 논란의 굴욕 말입니다
탈락이 곧 가창력과 직결되는 것이 아님에도 장치의 부재로 그렇게 판단되게끔 했던 것이 컸던 것일까요
전 김건모가 왜 재도전에 응했을까가 가장 궁금했습니다
김영희 PD와의 친분 때문에? 아니면 동료 가수들의 적극적인 권유?
만감이 교차되는 순간이었을겁니다 프로그램 내내 탈락을 강조했던터라
진정 탈락의 고배를 감수했어야하거늘 왜~ 도대체 왜 그는 재도전을 했을까요
솔직히 이소라와는 배치되는 김건모의 행보가 느껴집니다
본인의 의사는 분명 탈락을 감수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의를 생각했고
총대를 매면 되겠지라는 착한 심성이 발휘됐으리라 추측해봅니다
하지만 큰 형님뻘로써 서바이벌 경쟁에 뛰어든 결심을 꺽는 그의 행동에서 엄청난 후폭퐁으로
뼈아픈 상황이 되버렸죠

그의 무대는 늘상 안정적입니다
개성도 넘쳐나고 과한 퍼포먼스가 있긴 했지만 충분히 김건모 스러웠고
특히나 <you're my lady>를 열창할때는 그래서 그가 국민가수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손을 떨던 그의 모습, 그것이 설령 진심이 아니더라도 그게 쇼일지라도
시청자들은 그의 노력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을 겁니다
(그런데 자진 하차를 결정한 대목은 무척 아쉽군요...)

○ 그의 가능성~ 그러나 막내 정엽


정엽은 막내입니다
물론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굵직한 멤버이긴 하지만 폭넓은 대중적 사랑이나
본격 데뷔의 시기만을 봤을 때 '나는 가수다'에서는 확실히 막내겠지요
(어르신들은 아마 정엽이 누군지도 모를듯)

솔직히 저도 이름만 알았지 노래를 몇번 들어보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의 무대를 보고나선 적어도 본인의 장르 안에서는 몇손가락안에는 들겠구나 싶더군요
탁월했습니다~ 수려하고 호소력 짙은 보이스는 충분히 다른 6명과 섞이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그는 떠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회에 7등... 그러나 그건 어쩌면 예견된 수순이 아니었을까요
먼저 두 가지 관점으로 해석해봅니다
첫번째는 윤도현의 곡 <잊을게>가 주는 핸디캡이겠죠
Rock음악을 R&B로 재해석 한다는건 어려운 일이었을겁니다
비트가 강렬한 사운드는 그만큼 감상의 폭이 그만큼 고정적인 법이니까요
양극으로 대치되는 장르이기에 대중과의 소통은 그만큼 먼 거리일 수 있었을겁니다
첫번째 사견은 지극히 음악적 관점이었고

두번째로는 막내로써의 안정적 퇴장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다분히 음모론적인 발상이지만 여러 논란속에서 끝내는 탈락의 과정을 보여줘야하는
숙명적인 설정속에서 막내가 감수하는 것이 무난한 마무리가 아니었을까라는 거죠
평가단의 심사가 유일한 잣대인 상황에서 7등은 분명 박빙이었을겁니다
(분명 2명 이상이 탈락후보였다고 생각하기에)
너무 몰아가는 것은 아닌가 싶긴하지만 가능성이 아주 없는 발상은 아닐거 같네요

여하튼 정엽의 무대들은 참 신선했습니다
곱디 고운 가성창법은 충분히 소름끼쳤고 시련도 담대히 받아들이는 그의 넓은 가슴에
박수와 격려를 함께 보내고 싶네요

○ 월드컵 밴드가 아닌 국민밴드 YB


사실 엄청난 엄살쟁이로 표현되기는 했지만 (그게 아쉽기도 하지만)
윤도현은 떨어지기 쉽지 않은 요소들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밴드라는 특수성, Rock이라는 장르적 장점들이 볼거리와 음악적 구성이 더욱 용이했을테니까요
실제로 1위를 하기도 했었죠
키스피아노의 퍼포먼스도 나름 괜찮은 구성이었고요
그리고 그가 가지고 있는 대중친화적 입지겠죠
월드컵을 기점으로 남녀노소 그를 모르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다만 Rock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써 조금은 소극적인 모습이 다소 아쉬웠던 부분이랄까요
조금더 패치넘치는 모습들이 있었다면 더욱 인상적인 가수로 기억되었을텐데요
(물론 무대에서만큼은 너무도 훌륭했습니다만)

○ 그녀만의 발라드... 백지영



많은 시련을 겪은 사람이라설까요
그녀만의 발라드는 언제나 애절하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그런데 왜일까요? 저는 그녀를 보면 늘 무난하다는 느낌 이상의 것은 얻을 수가 없었습니다

최근까지도 지명도 높은 활동과 음악적으로 가장 성공한 몇 안되는 여자솔로가수라는 명성에 걸맞지않게
언제나 같은 음악만 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물론 <내 귀에 캔디>같은 장르도 그녀의 주특기긴 하지만
'나는 가수다'에서 보여준 무대는 지나치게 한가지 색깔만을 가지고 간 것은 아닐까 싶더군요
그래서 어쩌면 그녀가 1등을 하기엔 2%가 부족한 것일 수도 있겠네요
(그리고 마지막 무대의 의상은 솔직히 조금;;; 붕대 말아놓은 것 같아서)

○ 보고 싶던 얼굴 김범수



뭐 어떤 말들이 필요할까요
김범수의 힘은 오로지 가창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힘과 서정적 기운을 동시에 갖춘 몇 안되는 가수가 아닐까 싶네요
성실한 태도도 후한 점수를 받기에 충분한 요소였던 거 같습니다

굳이 한가지 짚고 가자면 그의 마지막 무대, 1등의 쾌거라는 부분입니다
사견임을 전제로 하자면 그 1등의 공은 이소라의 <제발>이 아니었을까요
그 노래 자체가 주는 굉장한 흡인력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생각들더군요
편곡자체가 조금 과하다는 느낌이 근거라면 근거겠죠
짧은 시간안에 해결했어야 했던 부분이기에 본인들도 아쉬움이 크겠지만
조금 면밀히 감상하자면 대편성도 아닌 애매한 구성의 현악은 짜임새를 조금 더 괜찮게 했을뿐
음악과는 따로 논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다시 들어봐도 그 느낌은 계속 남아있네요
물론 그는 가창력만을 봤을 때 최고의 가수입니다~ 다만 당시 무대에서 1위를 한 것은
온전히 그의 힘만은 아니었다는거죠... (솔직히 전 박정현이 1등을 할거라 생각했거든요)

○ 작은여왕 박정현


전율이었습니다
그녀가 마지막무대에서 보여준 <첫인상>은 폭발적이었고 잠시나마 잊고 있었던
그녀의 존재감을 세상에 다시 알린 계기였다고 생각합니다
나름 여왕의 귀환이라고나 할까요
어찌 저런 체구에서 저런 미친목소리가 나오는지 ~ 정말 가공할 만한 가창력이죠
솔직히 마지막 무대의 1등은 너무도 당연히 박정현의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노래, 퍼포먼스, 심지어는 무대 의상까지
모든 면에서 1등을 해도 이견이 없을거라 생각했습니다
뭐 더 할 말이 필요없는 가수겠죠
간혹 기교가 과하게 들어간다는 느낌도 있지만 다른 요소들이 그 간극을 메꿔주기 충분하더군요

그녀의 무대를 보고 있자니 새삼 과거때 그녀의 히트곡들을 다시금 들어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녀 나이 벌써 36이군요 그럼에도 아직 어리게만 보이니 이건뭐~ (백지영과 동갑이라는게;; 참 ㅎ)

○ 마무리
정리도 안된채 긁적이다보니 맥이 없는 글이 되버렸지만...
'나는 가수다'는 분명 썩 괜찮은 프로젝트였습니다
시도만이 아닌 폭넓은 연령대의 시청자들을 브라운관에 모이게 했으니
프로그램으로써도 괜찮은 성공이었고 우리들에겐 오랜만의 감동이었을테니까요
그런면에서 잠정적 폐지는 못내 아쉽고 섭섭하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서둘러 다시 시작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라라라', '김정은의 초콜렛' 등 많은 음악 프로그램들이 사라진 시점에서
음악적으로 인정받는 아티스트들의 설자리가 없어진다는 건 분명 우리같은 팬들의 입장에선
굉장히 속상한 법이죠
그리고 때론 그들이 그리워지기도 하기에 서둘러 보고 싶어지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더 잊혀지기전에